동네 골목을 다니면 폐지 할머니, 폐지 할아버지와 종종 마주친다. 어르신들은 바퀴달린 장바구니나 접이식 카트를 끌고 다니시면서 집마다 내놓은 택배 상자, 팔아서 돈이 될만한 재활용품을 걷어 가신다.
동생 집에 갔다가 나오는데, 엄마는 집 안에 있는 재활용품을 정리해서 챙겨 나오셨다. 집 앞에 내놓으셔도 되는데 굳이 바리바리 싸 들고 오시길래, 엄마는 그걸 번거롭게 집에까지 가져가실 생각이냐고 투덜거렸다. 매주 목요일마다 우리 동네 큰 놀이터 입구에서 재활용품을 수거하는데, 가져다주면 1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한 장씩 받을 수 있었다. 혹시 그거 한 장 받자고 귀찮고 무겁고 성가시게 상자와 재활용품을 몇십 분 들고 가시나 싶었다. 집으로 가는 길의 절반쯤 걸어왔을 때, 엄마는 도로변 정육점 쪽으로 성큼 걸어가시더니 한쪽 구석에 세워놓은 손수레 가림막을 익숙하게 젖히고 상자와 재활용품을 손수레 안에 넣어놓고 오셨다.
"말씀하시지. 난 또……."
폐지 할머니를 위해 엄마는 폐지와 재활용품을 모아 보태드리고 때때로 좋은 먹거리도 나눈다. 정육점 사장님은 가게 앞 한쪽 구석을 손수레를 세워둘 폐지 정거장 자리로 남겨 두고, 동네 방앗간 떡볶이집 주인아저씨는 여름이면 시원한 커피를 대접하곤 한다. 길을 건너 오르막길을 걸어 집으로 올라가며 생각했다.
누군가를 위해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을 자청하는 마음씀
내 손에 있는 것도 누군가를 위해 흔쾌히 나눌 수 있는 넉넉함
내 것이지만 내 것이라 주장하지 않는 삶
아직은 비좁은 내 마음자리를 살펴본다.
외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누구나 느끼고 겪는 외로움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 누군가는 아주 깊은 외로움으로 자신만의 굴을 파고 들어가 오랜 시간 나오지 못하기도 합니다. '은둔형 외톨이'라고 불리는 게 마뜩잖은 이도, 자신을 '은톨이'라고 부르는 이도 모두 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웃이고 청년입니다. 이들과 대화하며, 눈에 잘 띄지 않는 이웃의 몸과 마음의 안녕을 바라고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동네 슈퍼 주인아저씨가 건네는 인사가 고마웠다고 하는 B와의 대화 한자락이 기억납니다. 스치듯 지나가 버린, 잊혀진 사람이 있으신가요? 오랜만에 안부를 물어보면 어떨까요? 동네에서 오가다 만나는 익숙한 얼굴이 있으신가요? 가벼운 목례나 눈인사를 건네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일간, 매일 안녕>을 발간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반은 한 셈입니다.
누군가의 안부, 여러분의 안녕을 기도하며 쓴 짧은 일상의 글 한 편, 함께 듣고 싶은 음악 한 곡을 나누려고 합니다. 외로움의 이야기도 함께 나누겠습니다. 외로움을 주제로 인터뷰에 참여하실 분들의 신청도 받을 예정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찾아뵙겠습니다.
오늘은 누군가를 위한 작은 마음자리를 만들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