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파출소 버스 정류장에서 무거운 봇짐을 지고 20분 가까이 선 채로 버스를 기다리는 한 아저씨를 보았다. 사실 직접 본 게 20분이지 기다림은 그보다 더 길었을 지도 모른다. 허름한 옷차림, 남루한 행색만 보더라도 노숙인인가 싶었다.
가방이 무거워 보이는데도 정류장 벤치에 앉지 않는 건, 아마도 사람들이 싫어하고 피하기 때문인가 싶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302번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가 도착하니 아저씨는 주저함 없이 올라탔고 요금함도 지나쳐 쏜살같이 버스 뒤쪽으로 들어갔다.
"아저씨, 요금 안내요? 요금 내요, 요금 내!"
버스 기사의 당연한 요구와 짐짓 '또냐' 싶은 신경질적인 외침에 아저씨는 들어갔을 때처럼 다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꾸 없이 올랐던 버스 앞문으로 다시 내려왔다. 아저씨는 버스를 오를 수도, 본인이 내리고 싶은 정류장에 내릴 수도 없었다. 아저씨는 그대로 그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