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살쯤 되었을때가 문득 기억났다. 우리 집으로 통하는 작은 골목, 그 끝 구석진 모퉁이에서 누가 봐도 노숙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바닥에 철푸덕 앉아 계셨다. 남루한 옷차림에 굽은 어깨를 펴지 못하고 움추려있는 아저씨를 보며 집으로 들어왔는데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어서 지갑을 손에 들고 도로 집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그 자리에 아저씨가 있는 걸 확인하고는 곧장 동네 구멍가게로 가서 아껴둔 용돈으로 빵과 우유를 샀다.
가장 큰 빵, 내 얼굴보다 더 큰 빵. 그리고 500ml 서울우유 하나. 그 큰 빵을 다 먹을동안 충분히 목을 축일 수 있는 양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용돈으로 살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수퍼 아주머니가 비닐 봉지에 넣어주신 빵과 우유를 받아들고, 기분이 좋아 비닐 봉지를 흔들며 통통거리며 뛰어갔다. 아저씨가 계신 골목으로 갔는데 어떻게 전해드려야 하나 몹시 고민이 됐다. 한 걸음 갔다 다시 두 걸음 돌아서며 아저씨가 기분 나쁘시지 않을까, 얼마나 배고프실까 이것 저것 두루두루 생각하고 살피느라 고민하며 한참을 서성이기를 한참을 지났다. 마침내 용기를 내고 아저씨에게 다가가 빵과 우유가 담긴 비닐 봉지를 내밀었다.
"아저씨, 이거요... 이거 드세요."
그리고는 아저씨가 민망해하실까 걱정되는 마음에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부리나케 집으로 뛰어갔다. 뛰어가면서도 나에게 대답하던 아저씨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고마워. 잘 먹을게."
그날 골목을 울리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내 마음에도 가득 채워졌다. 고맙고 기뻤다. 지갑은 텅 비었지만 마음은 부자가 된 것 같았다. 내 인생 첫 번째 나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