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좀 더 좋았으면, 능력이 좀 더 많았으면 바랐던 적도 있었다. 더 많은 것을 해내고 더 대단한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혼자만의 상상에 빠졌다가 깨어나면 허망하기도 했다. 현실의 나는 아주 뛰어나지도, 아주 머리가 좋지 않았다. 심지어 기억력도 별로였다. 멀티플레이도 잘 안되는 편이다. 그 시간에 집중하는 것 한 가지만 몰두할 수 있다.
한참 구직활동을 하던 시절의 이력서를 보면 나는 나의 강점 중 하나를 '성실함'이라고 했다. 인사관리 담당자로 일하던 때에도, 받아보는 이력서 중 대다수는 자신을 '성실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 특별한 재능이 없는 사람도 자랑할 수 있는 게 성실함이구나 하는 걸 그때 알았다.
엄마는 성실함의 표본같은 사람이다. 내가 지금껏 만나본 사람들 중 가장 그렇다. 엄마는 지금의 나와 비슷한 나이부터 60이 넘어서까지 건물 청소일을 하셨는데 퇴직하기 바로 직전에는 10여년 가까이 모 은행 건물에서 근무하셨다. 새벽 4시 반 출근 시간을 단 한번도 어긴 적이 없었다. 몸이 아프고 힘들 때는 휴가라도 쓰시라고 권했지만, 빈 자리를 누군가는 채워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하셨다.
어느 날 은행 본부장님이 외부 강의를 앞두고 목상태가 좋지 않다는 사정을 듣고 엄마가 며칠동안 민간요법으로 만든 건강음료를 해드려 좋아지셨는데, 그때 엄마와 나눈 이야기를 강의에 활용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했다.
"여사님은 어쩜 그렇게 열심히 일하세요. 그리고 볼 때마다 즐거워 보이세요."
"본부장님, 저는 청소하는 역할이지만, 언제나 OO은행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일해요. 그래서 즐거워요."
꾸준함과 성실함을 이기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긍정적인 태도 역시 중요하다. 엄마는 작지만 큰 사람이었다. 꾸준함과 긍정적인 태도, 도전정신을 무기삼아 엄마처럼 주어진 삶을 묵묵히, 충실히, 그리고 즐겁게 누리며 걸어가는 사람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