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3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에서는 여름마다 여름 김장을 했다. 청매실을 사서 매실 장아찌를 하고, 홍매실은 엑기스를 담궈 먹곤 했다. 5키로, 10키로만 해도 상자로 하나 가득인데 보통 30키로 이상을 했으니 겨울 김장만큼이나 큰 일이었다. 그래도 매실 엑기스는 장아찌보다 작업하기 훨 수월하다. 농장이나 업체에서처럼 매실을 까는 도구가 없으니 부엌칼로 매실 살점을 한 점씩 도려내듯 깍아내는 작업을 여럿이 두어 시간은 하고 손가락이 퉁퉁 붓고서야 끝이 났었다.
그 고생을 하고 100일을 숙성시킨 후에야 맛볼 수 있었지만, 김장김치를 그 해 겨울부터 그 다음 해 겨울 김장을 하기 전까지 일년 내내 먹기도 하듯, 우리 집도 그랬다. 매실 장아찌는 김치처럼 매 끼니 반찬으로, 매실 엑기스는 식후 음료수로 따뜻하게 데워 먹거나 얼음을 동동 띄워서 시원하게 먹기도 했다.
오늘은 따뜻한 지인께 매실장아찌 한통을 선물받았다. 천도복숭아, 자두, 우엉, 호두과자 등 집에 있는 갖가지 먹거리들을 알뜰하게 챙겨주신 보따리 틈에 껴 있었다. 선물받은 황매실 10키로를 남편에게 부탁해서 살점만 까달라고 부탁했더니, 사과처럼 돌려 깍아 놓아서 설탕을 뿌려 하룻밤을 재 놓았다고 보내셨다. 매실 장아찌와 엑기스를 여름 김장처럼 매년 해먹었던 우리 집이지만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보내주신 그 마음이 담겨있었다. 전화 너머로 짐 보따리를 설명해주며 아직 숙성도 안된 장아찌를 먹어보라고 하는데 덥썩 뚜껑을 열어 맛이 들지 않은 매실 장아찌 한 조각을 꺼내먹었다. 풋풋한 매실향이 살구처럼 올라오는 것이 날 것의 신선함도 느껴져 꽤 괜찮았다. 무엇보다 외할머니댁에 가면 시골 집 광에 있던 먹거리를 바리바리 싸주려고 애쓰시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촉촉해졌다.
나의 따뜻한 손길이 누군가의 고단했던 하루의 피로를 풀어줄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