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알려진 밀면집에 갔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식당 곳곳을 두리번거리고 구경중이었는데 어느 남자가 테이블로 다가왔다. 우리 테이블로 오기 전에 다른 테이블로 가서 말을 거는 것을 보긴 했지만 신경쓰지 않았는데 우리 일행한테 다가오니 무슨 일인가 싶었다.
파인애플 반통과 과도칼을 들고 다가와서는 맛을 좀 보라고 얇게 저민 파인애플을 한 조각씩 들이밀었고, 밀면집 주인이 기다리는 손님에게 주는 서비스인가 싶어서 멋도 모르고 받아서 맛보았다. 입에 들어가기 무섭게 남자는 맛이 어떠냐고 묻고, 생각보다 단 맛이 도는 파인애플에 고개를 끄덕이니 그 남자가 하는 말,
"얼마인지 한번만 물어봐 주세요."
아차 싶었지만, 때는 늦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오는 부탁 거절 않는 엄마는 이미 호의가 가득한 표정으로 얼마인지 물으셨고, 파인애플 2통을 다 썰어서 담아준다는 말에 바로 구입의사를 밝히셨다. '아......'
십여분이 흐르고, 과일 아저씨는 가져온 파인애플 봉지를 테이블 위에 슬그머니 올려놓고 만원을 받아서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파인애플 2통의 양이라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양인데다가 모양도 들쑥날쑥한 것이 미리 대충 잘라서 두 봉지로 나눠 담아 놓고 2통을 손질했다고 주장하는 모양이었다. 허술한 파인애플 봉지를 받아들고 너털웃음이 나왔지만, 다음에는 얄짤없다고 다짐하며 우스운 해프닝으로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