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감성지수, 공감지수라고 하는 EQ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배려심이라고는 1도 없는 사람, 내가 이렇게 말하거나 행동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반응하게 될지 전혀 감을 못잡는 사람은 EQ가 떨어지는 거라고 결론냈다. 사실 나는 그래서 그런 이들이 자라오면서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왔다. 자신이 잘못하거나 실수를 해 놓고도 윽박지르기 일쑤고, 힘이라고 생각하는 직업과 직급, 경험, 재산, 유명세를 가지고 상대를 짓누르는 사람을 나도 겪어봤기 때문이다.
내가 경력이 얼만데, 네가 뭘 안다고, 감히 윗사람한테, 전문가는 되어야… 이따위 말들로 상대를 억압하고 가둬놓으려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고 했던가? 상대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기고 기회가 되면 마구 쏟아내는 이들도 있다. 여기까지 글을 쓰는데도 나를 지나쳐간 어떤 이들이 떠올라 답답하고 피곤하다. 그런데 그런 피로감을 수차례 겪으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그들을 바꾸려고 하지도 말고, 바뀌겠거니 하는 기대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하거나 받아들이든, 적당히 무시하든, 맞추든, 잊고 넘겨버리든 그저 우리의 몫이 남았을 뿐이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를 지켜나갈 수 있는 보호막 하나쯤은 가졌으면 좋겠다. 상처받고 웅크린 나를 다독이는 사람 중에 내가 있었으면 한다. 나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