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엄마의 수술 이후 정기검사와 진료차 병원에 가실 때면 나는 엄마의 보호자가 된다. 2년 전 오늘의 모습이라고 알림으로 일러주는 10월 31일의 사진은 알록달록한 단풍이 가득한 가을 그 자체다. 한참 덥고 코로나가 한참일때 수술을 하고 가을이 오는 문턱에서 퇴원하셔서 가벼운 걷기로 운동을 대신하시곤 했는데 그날도 집 가까운 서오릉에서 가을 산책을 했었나보다.
2021년 8월 수술 이후로 7번째 정기검사인데 엄마는 이번에도 긴장을 하시는 눈치다. 며칠 전부터 즐겨드시는 잡곡밥도 피하시고 흰쌀밥을 드시겠다고 했다. CT나 MRI 검사에서 잡곡밥이 나올까 싶은 걱정에서라고 했다. 재작년 대장내시경 검사를 할 때 선생님이 이야기해주신 주의사항과 혼동하시는 것 같기도 했고, 실제로 영향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엄마는 조심하려고 애쓰셨다. 어릴 적 우리 삼남매가 동네 약국에서 감기약이라도 지어먹게되면 약은 지어주는 사람의 정성에 먹는 사람의 정성이 보태어져야 효과를 본다고 꼭 시간 맞춰 잘 챙겨먹으라 했던 엄마의 당부가 떠올랐다.
지금까지 해왔던 검사 횟수와 비슷하게 해야 완치 판정을 받을테지만, 엄마는 그 시간도 정성을 다하실 것이다. 의사 선생님이 하라고 하는대로 따르는 모범생으로 말이다.
11월의 첫 날입니다. 공평하게 주어진 오늘에 마음과 정성을 다하며 잘 살아가겠습니다.
세상 모든 게 죽고 새로 태어나 다시 늙어갈 때에도 감히 이 마음만은 주름도 없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영영 살아있어요 영영 살아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