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구청에서 알림톡으로 노인일자리에 대한 안내가 왔다. 그 중 공공서비스 분야에 독거 어르신들의 말벗도 되고 안부도 확인하는 정서지원활동이 눈에 들어왔고, 평소 어르신들 섬기기를 좋아하셨던 엄마가 생각났다. 내가 자라오면서 본 엄마는 늘 주변 어르신들을 챙기고 계절마다 좋은 먹거리를 나누며 안부를 묻는 살가운 자식같았다. 마치 일찍 떠나신 부모님들께 하듯 정성을 다하셨다.
"난 어르신들이 좋아.
나중에 마당 넓은 집에 살면서 어르신들을 자주 모시고 싶어.
어르신들한테 깨끗하고 하얀 고무신 하나씩 사드리고
댓돌 위에 고무신 나란히 올려놓고 식사도 챙겨드리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
몇번 지나가듯 이야기하셨지만 분명히 기억난다. 그리고 엄마가 원하는 그 삶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 하기도 했다. 구청의 알림 메시지를 읽고 엄마에게 넌지시 설명해드렸다. 그렇지만 '노인 일자리'라는 문구를 약간 거북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으실까 싶었다. 60대 중반의 나이에 노인이라는 나이가 무색한 요즘 아닌가. 더군다나 본인은 아직도 꽤 젊은 축에 속한다고, 그러니까 노인이라기 보다는 노인의 문턱에 들어서는 장년층 정도로 여기시는 것 같은 엄마라서 노인 일자리에 참여해보시라는 딸의 권유가 행여 탐탁치 않으시면 어쩌나 조심스러웠다. 게다가 일자리라니, 엄마도 돈 버는 일을 좀 하시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받아들이시는 것은 아닌가 괜한 걱정이 되었지만, 엄마는 쿨하게 한번 해보자고 했다. 신청기간이 되어 엄마를 모시고 등본과 사진을 챙기고 센터에 찾아가 어르신들 틈바구니에서 2시간을 함께 기다렸다가 신청을 했다. 신청대에 학생처럼 앉아 서류를 작성하시는 엄마를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는데 어르신이 아니라, 아이같은 느낌이 들어 눈을 떼지 못했다.
엄마는 그날 일기에 그렇게 썼다.
"하나님, 오늘은 노인 일자리 신청을 하고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직 되지도 않았지만, 신청해본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하시니 오늘은 진짜 감사한 날이다. 오늘의 자신을 사랑하며 사는 엄마에게 감사한 노년의 삶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본다.
감사가 이어지는 오늘 하루가 되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