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나서 참 기분이 좋았던, 그리고 기억에도 오래 남았던 다큐가 있다. 세계적인 괴테 연구가 전영애 전 서울대 교수의 은퇴 후 이야기를 담은 다큐였다. 일흔이 넘은 노학자가 자연 속에서 괴테의 흔적이 가득한 서원을 가꾸며 지내는 일상이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처럼 이야기와 사람들로 가득하게 느껴졌다. 자연에 놓인 노학자의 뜰, 그 이름이 여백서원이다. 맑은 사람을 위하여 후학을 위하여 시詩를 위하여 지은 책의 집이자, 여러 사람들이 학문과 예술을 통해 서로 만나는 터가 여백서원이라고 소개한다.
계절마다 형형색색의 옷을 바꿔입은 여백의 뜰은 말할 것도 없이 보기 좋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여백서원에 글나무를 심고 꿈을 가꾸어가는 노학자의 함박웃음과 다음 세대를 향한 박수였다. 일흔 둘의 나이에 무슨 꿈인가 싶지만, 나는 왠지 '괴테마을 조성'이라는 그 꿈이 성큼 다가올 것만 같다. 여백의 뜰과 마을 곳곳에 책 오두막을 지어 괴테의 책을 베개삼아 하늘을 품고 숨을 쉬는 해방이 깃드는 괴테마을 말이다. 다음 세대를 향한 응원의 박수는 눈물나게 고마운 어른의 마음이었다.
"젊은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마모돼서 망가지지 않고 그대로 가고 가끔 숨 돌리고 견실하게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서원 뒷편으로 나있는 오솔길은 괴테가 인생 노년에 남긴 지혜의 말을 모아 괴테의 길로 만들어놓았다. 사색하며 오솔길을 거닐던 노학자의 마지막 당부가 그야말로 진했다. 향도 농도도.
"살아봤더니 바르게 살아도 괜찮아요. 바르게 산다고 꼭 손해보고 사는 것 아니에요."
올바른 목적에 이르는 길은
그 어느 구간에서든 바르다
그대 일에 있어서 다만 바른 일만 행하라
다른 건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괴테, 명심하라>
오늘도 옳고 바른 목적을 향해 한걸음 성큼 걸어가보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