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는 아직 모르겠지만 때에 따라 해야 할 역할이 주어졌고 자연스럽게 감당했다. 퇴사한 첫 해는 망가진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느라, 몇 개월이 지난 후에는 갑작스럽게 암 진단을 받은 엄마의 몸과 마음을 돌보느라 한 해를 보냈다. 몸과 마음을 돌보고 챙기는 일은 엄마와 나에게 맡겨진 아주 중요한 숙제였다. 잘 해내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
언제고 월급쟁이로 다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은 가슴 한편에 있었지만, 그해 늦가을 즈음 에세이를 써보기로 작정하게 되면서 그 다음 계절은 과거의 질긴 아픔을 회상해내느라 꽤나 힘들게 보냈었다. 글쓰기의 기쁨과 작가로 나설 수 있게 되었다는 설레임에 버금가는 고됨이 있었다.
퇴사 후 두번째 해는 책을 쓰고 고쳐 다시 쓰고, 나온 책을 소개하고 책을 빌미로 사람들을 만나고 내 이야기를 하며 보냈다. 치유의 시간이 되었고, 글쓰길 잘했고 이야기하길 잘했다 싶었다.
그리고 나와 우리 가족에게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던 그때, 손 내밀어주는 이 하나 없어 그저 하늘의 아버지께만 목놓아 울며 외로웠던 것처럼 여러가지 이유로 깊은 외로움의 시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기꺼이 친구가 되는 일을 하려고 한다.
생명을 살리는 사람,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님, 오늘도 봄이에요! 🌼
지금껏 보이지 않는 그 길을 찾아 헤매다 그저 어줍잖게도 내 아픔만을 여미다 정작 살피지 못한 너의 아픔과 긴 외로움
언제나 듣고 싶은 것 그것만 듣길 원했고 내가 보고 싶은 것 그것만 보려 했던 나였기에 깨닫지 못했지 저만치 견뎌온 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