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바로 뒤에 봉산이라는 작은 산이 있다. 겨울잠을 자고 깬 것 마냥 기지개를 펴고 봉산에 올랐다. 봉산에는 특별한 길이 있다. 무장애숲길이다. 보행약자를 비롯해서 누구라도 편히 산을 오를 수 있고 부담없이 산을 즐길 수 있도록 계단없이 나무데크로 평지같은 완만한 경사로 만들어놓은 산책길이다.
오랜만에 봉산 무장애숲길을 올랐는데 여기저기 봄 맞이 정비가 한창이었다. 해충 방제 작업을 하느라 갈색 테이프 같은 것을 나무 기둥 가운데 칭칭 감는 분들이 계셨는데, 2인 1조로 산책길 가까이 나 있는 나무부터 한 그루 한 그루 꼼꼼하게 작업중이셨다. 한편에는 무장애숲길을 더 길게 이어가는 공사가 바쁘게 진행중이었다. 산에 나 있는 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없었는데, 공사현장을 보느라 할아버지, 할머니들 틈바구니에 껴서 나도 한참을 서있느라 운동 겸 콧바람 쏘일겸 다녀온 걷기가 한참 중단되었다.
철근 골조같은 것을 땅 속 깊이 박아놓고 그 위에 아슬아슬하게 뒷걸음질치며, 발디딜 두꺼운 나무조각판을 하나하나 맞춰 줄지어 붙여 고정시켜놓는 작업이 무척 세밀해 보였다. 큰 퍼즐을 맞추는 행위예술을 감상하는 느낌으로 한참 들여다 보았다.
'길을 만드는 사람들'
와, 너무 멋지지 않은가. 처음 길을 내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길을 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 걷는 길은 오늘을 사는 이유가 되고, 님이 걷는 걸음은 다음 세대가 따라 걷는 길이 됩니다.
내가 가는 이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