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곳곳의 창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겨울의 아침 공기는 차갑지만 "아, 추워~"하며 폴라플리스 집업을 껴입고 끝까지 지퍼를 채워 올리면 코 끝에 닿는 상쾌한 찬 공기의 느낌도 꽤 괜찮다. 차를 마시려고 전기포트에 물을 올려놓고 흐트러진 이부자리도 정리하고 밤새 쌓인 먼지도 털어냈다. 그러다가 거실 한쪽에 티비가 조금 가려지도록 세워놓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서는 오늘이 며칠인지 휴대폰을 들여다 보았다.
벌써 1월 말! 고장난 전구를 새로 사지 못하고 불꺼진 채로 한달을 넘게 세워놓은 트리 장식을 이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파에 깔아놓은 무릎담요 먼지를 털며 바쁘게 출근 준비를 하는 여동생에게 트리를 정리해야 하지 않겠냐고 큰 소리로 말을 걸었고, 혼자 하지 말고 같이 하자는 말에 그러자 하고 언제 할까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워본다.
화장실에 축축해진 수건과 빨래통에 쌓인 수건까지 모아 세탁기에 던져놓고서야 책상앞에 앉았는데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뭐지 하고 생각해보니 아침에 마셔야지 하고 꺼내놓은 녹차 티백이 보였다. 물 끓는 짧은 시간안에 무언가 해보려고 바쁘게 움직이다가 뭘 하려고 했는지도 잊어버리고, 그 사이 전기포트의 찻물은 식어버렸다. 다시 물을 끓이고 머그컵에 티백을 뜯어넣고 서성거리다 보니 후두두둑 금새 물이 끓어올랐다.
님, 오늘은 무엇을 정리하고 무엇을 시작해보시겠어요?
<일간, 매일 안녕>은 누군가의 안부, 여러분의 안녕을 기도하며 쓴 일상의 짧은 글 한편과 함께 듣고 싶은 음악 한 곡을 나누는 일간 레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