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었다. 아직 여름 더위가 한창이던 9월의 어느 날, 교통편 좋은 시내 한복판의 카페에서 은둔형 외톨이 S를 만났다. 약속시간보다 15분 정도 늦게 도착한 그는 땀을 뻘뻘흘리며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 S는 이렇게 자기소개를 했다.
"살아오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여전히 버티고 사는 S입니다."
버티고 산다는 그 말에 왜 내 맘이 그렇게 아팠는지 모른다. 2시간 가량의 인터뷰 내내 그는 얼굴과 눈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다. 테이블 아래로 눈을 고정한 채로 들릴락말락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상처받았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할 때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에 담임 선생님에게서 받은 수모와 상처, 중학교 시절 친구들의 괴롭힘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고 혼자만의 세계로 숨어들게 했고 매사 부정적이고 불안한 사람으로 자라게 했다.
누군들 그런 상처와 시련이 없겠느냐고, 결국 은둔생활은 본인이 약하고 단단하지 못한 탓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맞기도 하지만 틀리기도 하다. 정말 힘들었던 학창시절에 S는 자신을 도와달라고 선생님들께 무수히 요청했지만, 선생님들은 친구들끼리 알아서 할 문제라고 번번이 지나쳤기 때문이다. 마흔을 코앞에 두고 있는 장성한 성인이 되기까지 그는 자기편인 세상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 S는 병원과 상담센터를 오가며 지난 날의 상처를 잊으려고 애쓰고 노력했지만, 밤마다 잠자리에 누우면 그날의 상처가 다시 곱씹어지고 되살아나 고통스러운 10여년을 보냈다.
오늘, 누군가의 아픔과 외로움에 귀 기울여주세요.
<일간, 매일 안녕>은 누군가의 안부, 여러분의 안녕을 기도하며 쓴 일상의 짧은 글 한편과 함께 듣고 싶은 음악 한 곡을 나누는 일간 레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