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 두 달 전이다. 해바라기 씨앗과 플라스틱 화분을 선물받아서 씨앗을 심었다. 해바라기 꽃을 피우길 기대하면서.
5일 후 안 익은 콩나물처럼 보이는 싹이 빼꼼하게 올라와있었다. 아마 그 전날에 이미 흙 위로 싹을 냈었는지도 모른다. 좋은 흙에 적당히 따뜻한 햇볕을 쐬며 적당량의 물이 적셔지니 때가 되어 싹이 올라왔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햇볕 쬐면 싹이 난다는 사실이 뭐가 그렇게 신기할까 싶은데 나는 여전히 싹이 나오는 그 순간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생명이 움트고 자라는 순간순간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언젠가 동생이 운전하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아는 사람?"
가족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물, 흙, 햇볕을 이야기했다.
"그 세 가지에 하나가 더 필요한데, 뭔지 알아?"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바람? 공기?"
정답이었다. 맞추기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맞췄느냐면서 대단하다고 추켜세워주었다.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생명이 움트고 성장하는 데는 따뜻한 햇볕과 갈증을 해소하는 물, 좋은 양분이 있는 흙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바람(공기)이 필요했다. 산들산들 가볍게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바람일수도, 때로는 버티기 힘들만큼 거친 바람일수도 있다. 살면서 겪게 되는 고난이 거친 바람같이 느껴질 지도 모른다. 숨을 못 쉴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불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바람은 멎을 것이고 바람에 나부끼며 너저분해졌던 주변도 정리할 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테라스 한 쪽에 놓아두었던 해바라기는 플라스틱 작은 화분이 감당 못할 정도로 커져 화분갈이를 해주었고, 손가락을 크게 벌린 한뼘보다도 더 크게 키가 자랐다. 그동안 비도 오고 햇볕도 잘 받고 살랑 바람부터 세찬 비바람까지 수도 없이 맞으며 자라다가 드디어 꽃이 필 몽우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해바라기 꽃을 볼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반려식물과 함께 하는 소소하지만 즐거운 일상을 누려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