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티비 채널을 돌리다, 엉겁결에 강아지를 키우게 된 60대 중년 아저씨가 강아지에 점점 빠지게 된 일화를 소개하는 장면에 리모콘을 멈췄다.
우리 집에서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릴적 여동생이 집 마당에서 키우던 진돗개에 장난을 걸다가 무릎 뒷쪽이 크게 물리는 사고를 당한 뒤로는 우리 집에서 동물이라고는 수조 속 금붕어나 세숫대야에서 키웠던 느림보 자라 정도였다. 새끼 강아지는 일주일정도 임시보호했던 게 전부였다. 그 이후로 동생은 길을 가다가 개를 보면 어김없이 화들짝 놀라며 멀리서부터 멀찌감치 피하거나 덩치 크고 사나운 녀석이면 고목나무에 매미처럼 나무뒤에 딱 붙어있거나 전봇대를 타려고도 했다. 동생의 동물 트라우마는 나에게도 일부 옮겨졌다. 동물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예측 안되는 움직임이 왠지 무서웠다.
그런 우리집에서 작년 4월, 남동생의 권유로 유기묘를 입양하게 되었다. 태어나 며칠 되지 않아 형제들을 다 잃고 혼자 살아남은 새끼 고양이가 우리에게 왔다. 물론 난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새벽부터 바쁜 일상인데, 어떻게 고양이 화장실 청소며 밥주는 일, 위생, 건강 등 기본적인 생활관리까지 챙길 수 있겠냐며 엄마는 못미더워했고 남동생과 며칠을 갈등했다. 맡겨진 생명을 책임감있게 잘 돌보고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어렵게 식구가 된 우리 집 막내, 이름도 근사한 김소월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시인 이름을 붙여 이름도 김소월이다. 엄마가 제일 좋아한다.
오늘은 비록 힘들지라도,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며 살아요.
<매일 안녕>은 여러분과 누군가의 안녕을 바라며 발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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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가까이 그렇게 말고 이렇게 포근하게 작은 내 심장 소리에 감동하게 함께 좀 더 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