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꽤 많은 눈이 왔다. 일기 예보에 눈이 온다고 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거의 하루 종일 내릴 줄은 몰랐다. 아침에 출근한다고 나간 여동생이 집을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연락이 왔다. 골목에 눈이 쌓이고 미끄러우니 집 밖에 나오지 말란다. 재활센터로 매일 운동을 나가시는 엄마도 오늘은 쉬시는 것이 좋겠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엄마는 운동하러 가는 대신 나와 함께 빗자루를 하나씩 들고 건물밖으로 나가 골목에 쌓인 눈을 쓸었다. 쓱쓱싹싹 쌓인 눈을 쓸고 돌아서면 왜 자꾸 쌓이는지... 모녀의 빗자루질이 별 소용이 없자, 다른 골목에 있는 제설함을 찾아 염화칼슘을 봉투에 담아 왔다. 집앞에 쌓인 눈을 또 쓸고 염화칼슘까지 뿌리고 나니, 제 할 일 한 것 같은 뿌듯함이 들었다. 엄마와 나는 오전내내 집안에서 꼼짝 못하다가, 점심 먹고 눈사람이라도 만들어보자고 우리 집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바닥에 쌓인 눈을 긁어 모았다. 눈이 뭉쳐지지 않아서 눈사람 만들기는 실패했지만 즐거운 눈장난이었다. 아이들마냥.
어제, 집으로 올라오는 길이었다. 골목에 있는 빌라 화단, 작은 목련나무에 솜털이 가득한 꽃눈이 보였다. 엄마랑 둘이 마주보며 똑같이 말했다. "봄이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