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안녕>에서 책모임을 진행하는데, 두번째 책의 반쯤 읽었을까? 굵고 진한 검정색의 줄이 죽 그어있는 대목이 나와 짐짓 놀랐다. 내 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에게 책 모임을 빌미로 집 근처 도서관이라도 한번 가보고 사서랑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의 간단한 인사라도 해볼 수 있지 않겠나 싶어서 함께 읽을 책이 정해지면 사도 좋지만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좋겠다고, 그 김에 동네 구경도 하고 바람도 쐬고 좋지 않겠냐고 너스레를 떨며 권했었다. 바로 도서관 소장도서였다. 함께 돌려 읽는 책을 이렇게 아끼지 않고 함부로 하나 싶어 당황스럽고 고개를 저으며 실망을 할 찰나, 나도 모르게 '아...' 외마디 탄성이 터져나왔다.
"우리는 익기도 전에 고개부터 숙여오지 않았던가"
아마도 어제 있었던 '20안녕'의 젊은 이십대들처럼 어느 청춘의 격한 공감의 표시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대목이었다.
'20안녕'의 책모임에서, 한 참여자는 권위적이고 무례한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순간을 떠올리며 제대로 할 말을 하지 못하고 무력한 약자가 되었던 자신을 안쓰러워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험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가며 나름의 행복을 향해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이야기했다. 다행이었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아껴주며 나를 지키는 선택과 결정으로, 오늘도 행복하세요!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는 안부레터, <매일안녕>이 100회가 되었습니다. 🤗 구태의연하게 '시작할 때가 엊그제같은데...' 라고 해야 할텐데, 실제로는 엊그제보다 훨씬 오래된 느낌이 듭니다. 비록 짧은 글과 음악 한 곡이지만, 덥석 1주일에 5회'씩'이나 발행하겠다고 한 스스로를 '무턱대고 용감했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2023년에 잘한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매일안녕>을 발행한 것이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해보는 용기, 무모하지만 할 수 있을 거라고 나를 믿어주는 결정,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자고 스스로 격려했던 과정, 모두 값진 경험입니다. 그렇지만 가장 감사하고 값진 것은 54명의 구독자가 레터를 읽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님, 때로는 별거 아닌 내용이라 슥 그냥 넘기거나 너무 바빠서 열어보지도 못하실 수도 있겠지만, 또 때로는 누군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마음으로 글도 읽고 음악도 들어보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