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동물병원을 다녀온 우리 집 막내 소월이가 영 밥을 먹지 못하고 기력도 없어 보여 걱정이었다. 이틀동안 건식사료는 하나도 먹지 않고, 습식사료만 집사의 손가락에 찍어서 억지로 묻혀 먹였다. 뛰어놀게하면 그나마 배고파져서라도 먹을까 싶어서 캠프 후유증과 원고 마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양이 낚싯대를 들었다. 전처럼 활기차게 쫓아오지도 않고 매일 한두시간은 올라가 있던 창가틀에도 올라가지 않는 소월이 탓에 노트북 앞에 앉아서도 온통 신경은 소월이에게 가 있었다. 틈틈히 놀아주고 습식사료와 설탕물 주사까지 억지로 병아리 눈곱만큼 먹이면서 10시를 넘겨 원고를 보냈는데, 아침에 메일함을 열어보니 대표님이 안타까워하시며 소월이 이름을 장수한 시인의 이름으로 바꾸라고 위트있는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순간, '아...' 하며 나도 모르게 포털 사이트에 '장수한 시인'이라고 검색해보고 있다. 어이없게도 오래 산 시인은 하나도 나오지 않고, '생선장수'였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이한걸 시인과 이충재 시인의 '붕어빵 장수와 시인' 같은 정보들이 나열되었다. 순간 '풋~'하는 헛웃음이 나왔다. 그야말로 현타가 왔다. 내가 뭐하고 있는 건지 싶었다.
"소월아, 병원가자!
가서 검사를 하든 영양주사를 맞든 하자!
다녀와서 밥도 먹고 전처럼 잘 뛰어다니고
창틀에 올라가 날아다니는
까치랑 참새도 구경하자!"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제일입니다.
이윽고 내가 한눈에 너를 알아봤을 땐 모든 건 분명 달라지고 있었어 내 세상은 널 알기 전과 후로 나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