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학창시절에 가끔 물건을 잃어버리곤 했다. 아침에 엄마가 싸주신 도시락을 등굣길에 버스에 놓고 내려서 친구의 도시락을 나눠 먹을 때도 있었고, 비 오는 날 아침 우산을 쓰고 나갔다가 방과 후에는 비가 오지 않아 버스에 놓고 집에 오는 일도 있었다. 직장인이 되어서도 깜빡하는 실수가 있었는데, 워크숍을 다녀온 후 무거운 배낭 가방을 지하철 열차 짐칸 위에 올려놓고는 졸다가 내릴 역이 되어 급하게 몸만 내려버렸다. 지하철 유실물센터에 신고했고 결국 되찾았지만 물건을 잃어버릴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잃어버린 물건들이 어느 버스 하나에 모두 모여 있는 동화 같은 상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