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는 법이다.
재작년 여름, 엄마의 간암 수술을 위해 엄마와 함께 병원 생활을 했다. 한참 코로나가 심할 때라 보호자는 한 명만 가능했고, 병원 밖으로 외출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수술 후 며칠이 지나 병원 생활에 조금 익숙했을 때였다. 1208호 우리 방에 새로운 할머니 한 분이 들어오셨는데, 심한 천식 환자였다. 남편 할아버지가 보호자로 함께 오셨다. 밤마다 할머니의 항아리가 깨지는 듯한 심한 기침 소리에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보다 할머니가 그 기침 소리에 부서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낮이 되면 조금 기침이 나아지셨는데, 할머니는 집에서처럼 할아버지의 끼니 걱정을 하셨다.
"우리 아저씨 밥 드셔야 하는데 우짜노."
혼잣말처럼 하셨지만, 직업병인지 성격 탓인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할머니는 며느리가 급하게 싸주었다는 전복죽이 있는 냉장고를 가리켰고, 할아버지는 남의 손을 빌려 식사를 챙기시는 게 멋쩍으셨는지 쭈뼛거리셨다. 전복죽을 드실 만큼 덜어서 배선실로 가져가 전자레인지에 데우려는데 할아버지가 그새 뒤따라 나오셨다.
"내가 처음이라…. 몰라요. 좀 가르쳐줘요."
별거 아니다, 쉽다, 금방 배우실 수 있다고 대답하려다가 그 말이 쏙 들어갔다. 처음에는 누구나 낯설고 어려울 수 있으니까.
"저도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몇 번 하다 보니까 괜찮아졌어요. 할아버지도 하실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