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제철맞은 햇감자와 달걀로 만든 감자달걀 샐러드를 만들었다. 폭염주의보가 있던 날이었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만들었다. 간단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감자와 달걀을 삶고 한김 식혀 감자는 마늘을 빻듯 으깨고, 달걀은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서 달걀은 으깨서 으깬 감자와 섞고 달걀 흰자는 채를 썰듯 얇게 져며놓는다. 삶아서 으깬 감자와 달걀 노른자를 잘 섞어놓고 마요네즈(가능한 하프 마요네즈로)를 입맛에 따라 적당량 섞고, 마지막에 채썰어놓은 삶은 흰자를 살짝 뒤적거리고 나면 감자달걀 샐러드 완성이다. 엄마가 '감자떡'이라고도 부르기도 하는 샐러드 속을 그것만 밥숟가락으로 크게 떠먹어도 맛있고 좋지만, 식빵 한쪽에 샐러드 속을 두툼하게 바르고 소금에 살짝 절여 물기 뺀 오이를 올려서 요즘 유행하는 오픈 샌드위치로 먹거나 반으로 과감히 접어 꾹 눌러 먹어도 맛이 좋다. 내가 어렸을 적부터 우리 집에서 잘 해 먹던 여름 간식거리이다.
유리 용기 세개를 꽉 차게 채워놓고 나니 나눠먹을 궁리가 생겼다.
"옆집하고 나눠서 먹을까?"
"오~ 좋다 좋다."
엄마가 아이디어를 내고 나는 찬성표를 던졌다. 나누기 좋아하는 건 우리 모녀, 아니 우리 가족 모두 같지만, 그중 엄마가 가장 즐겨하시고 그 자체로도 행복해하시니 그 좋은 기회는 엄마에게 드리기로 했다. 엄마는 그동안 아껴놓느라 쓰지 않고 찬장에 넣어놓았던 빨간 실리콘 그릇을 개시해, 아직 따뜻한 샐러드를 꾹꾹 눌러담고 상기된 표정으로 옆집으로 가셨다. 고양이 다섯마리와 두세살쯤 되는 어린 아이가 있어 벨을 누르지 말아달라는 안내문을 붙여놓았던지라, 엄마는 옆집에 사는 아이를 불렀다.
"애기야~ 옆집 아줌마야."
그렇게 세 번째 방문 끝에 어린이집 상담을 받고 오후 늦게 돌아온 옆집 아줌마를 만나 우리집 대표 여름간식을 전해줄 수 있었다. 끝내 간식거리를 전해주고 온 엄마의 얼굴이 아주 환했다. 땀과 정성이 담긴 감자달걀샐러드는 온갖 달달구리가 담긴 실리콘 그릇과 핑크색 백도 세 개로 바뀌어 돌아왔다. 육십대 엄마의 고소한 간식거리가 젊은 엄마의 달달한 간식거리로 치환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