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막내이자 반려하는 고양이, 소월이와 함께 첫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환경변화에 극히 예민하다고 알려진 고양이와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기로 한 것은 우리에게도 큰 결정이었다. 작년 여름 극심한 폭우로 서울과 지방 곳곳에 호우피해가 났을 때 우리 가족은 조용히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마음을 바꾸고 양평으로 큰 맘 먹고 예약해두었던 한옥펜션도 취소했었다. 게다가 작년 8월 이맘때쯤이면 소월이가 태어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았을 때라 아무리 밥과 물, 화장실까지 잘 챙겨놓고 간다고 해도 귓가에 야옹야옹 소리가 맴돌아 우리끼리 휴가를 즐기기가 매정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살을 꽉 채우고 4개월차인 소월이도 그새 많이 컸고 가깝지만 병원 두어번 다니느라 차를 몇번 태웠더니, 소월이보다도 집사들에게 데리고 나가볼 용기, 혹은 욕심이 생겼다. 그러나 멀리는 말고 조용하게 우리끼리 있을 수 있고,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숙소를 찾아 집에서 한시간 반 거리의 경기도 포천으로 용기백배하며 소월냥이와의 여행을 다녀왔다.
한 시간 반의 자동차 주행 후 도착한 숙소에서 소월이는 3시간 동안 긴장 속에서 숨숨집도 아닌 화장실에 숨어 벌벌 떨고 있었다. 저녁 먹기 전 집사들은 긴급 회의를 하며 밤 늦게라도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의견을 모았는데, 저녁식사 후 다행히 소월이는 조금씩 기웃거리고 밤새 온 집안을 탐색하며 다녔다. 2층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전신 거울에 얼굴도 비춰보면서. 불편한 여행이 될 뻔 하였다가 기억에 남는 추억여행이 되었다. 어제는 세계 고양이의 날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