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이번 여행에서 딸들이랑 사용한다고 하시면서 엄마는 손수건 몇개를 꺼내놓으셨다. 속으로는 벌써 여행짐을 꾸리시려고 하나 의아했지만, 그만큼 기대가 크신 것 같았다. 엄마와의 일본 여행을 하루 앞두고 있다. 그동안 극구 해외여행은 싫다 하셨는데, 어떻게 용기를 내셨는지 적극적으로 제안하셔서 준비하게 되었다. 사실, 한달도 훨씬 전부터 여행 계획을 세워놓고 일정, 숙소, 항공권을 알아보고 비교하기를 수십 번은 했다. 지금까지의 그 어떤 출장보다 더 신경이 쓰였다. 날씨와 스케줄을 고려해서 일정을 잡고, 이동 동선과 편의성을 고려해서 숙소를 선별하고, 가격과 서비스를 고려해서 항공권을 예약했다. 처음엔 일본의 호텔은 대개 좁은 편이어서 숙소는 좀 큰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에어비앤비로 넓은 아파트를 잡았고, 조식은 없지만 근처 식당에서 먹을 참이었다. 오랜 비행시간이 아니니 항공편은 가급적 시간만 괜찮다면 저렴한 저가 항공으로 하려고 했다. 그러다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동생 친구의 조언을 듣게 되었다. 엄마랑 여행갈 때는 무조건 일본식과 서양식 조식이 나오는 호텔로 가야하고, 온천도 모셔가고, 비행기에서는 기내식도 드셔보게 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전해듣고 빨래를 개면서 넌지시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 일본 가면 아침에 조식 나오는 숙소가 좋아? 아님 숙소가 넓은 게 좋아?"
"당근 조식이지."
"아... 그렇구나. 난 숙소가 넓으면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았거든."
"숙소 그거 넓어서 뭐해. 잠만 자면 되는걸."
예약했던 숙소를 취소하고, 일본 가정식과 양식이 조식으로 나오는 호텔과 기내식이 나오는 항공편을 예약했다. 온천도 예약했다. 주머니 사정 생각하면 아껴야 맞지만 엄마의 용기를 응원하기로 마음 먹었다. 엄마와 딸들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한 여행이 됐으면 좋겠다. 잘 먹고 잘 쉬었으면 좋겠다. 좋은 풍경을 잘 즐기고 누렸으면 좋겠다. 길은 헤매지 않았으면 좋겠고, 힘들지 않을 만큼 적당히 걷는 여행이었으면 좋겠다. 뜻밖의 환대를 만나 감사한 이유도 가득 담아왔으면 좋겠다. 떠나기도 전에 다음 여행이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