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는 피곤해
여행지에서 엄마는 생각보다 잘 다니신다 싶다가도, 뜨거운 햇볕을 가릴 곳 없는 길을 걷다보니 쉽게 지치셨다. 평소에 하루에 1시간씩은 뒷산 산책로를 걸으며 체력관리를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예상 밖이었다. 문득 엄마가 좀 더 젊고 체력도 더 좋을 때 이런 여행도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걷다가 너무 지친 엄마는, 본인은 먼저 집(호텔)에 데려다주고 우리끼리 저녁 먹고 본인 저녁꺼리 하나만 포장해와달라 하셨다.
#2. 익숙함과 낯섦의 차이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날, 도무지 밥상을 차릴 기운이 나지 않아 동네에 있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기로 하고 식당으로 가는데, 엄마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보였다. 여행길에서 비슷한 거리를 걸었을 때보다 훨씬 가볍고 힘차보였다. 익숙한 환경과 예측 가능함에서 오는 편안함, 낯선 환경에서 느끼는 긴장감의 차이 같았다.
#3. 감사의 메아리
아무래도 낯선 여행지에서는 많이 묻고 도움을 요청하기 일쑤다. 나 역시 아는 길도 헤매지 않으려고 두번 세번 물어보며 다녔다. 지도만 믿고 가다가 헤맸다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도 했고, 괜히 길을 헤매면서 엄마를 조금이라도 더 걷게하면 곤란하다는 심정으로 묻고 또 물었다. 그러다보니 죄송하다, 감사하다를 하루에도 수십번 이야기하게 되었다. 사실, 한국에서도 우리 가족은 평소에 서로에게 "미안하지만, 이것 좀 해줄 수 있을까?", "고마고마고마워" 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터라, 어색한 사용은 아니었다. 내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면 엄마와 동생도 연이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덧붙여했다. 마치 메아리처럼. '미안하다, 고맙다' 하는 인사가 참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