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돌아온 삶은 여행을 가기 전 그대로다. 변한 것이 없다.
근사한 차림의 조식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에 냉장고를 열어 '오늘은 뭘 먹을까?' 하는 고민부터 시작해야 한다. 결국, 야채 샐러드와 모닝빵에 땅콩잼, 커피나 티백차 정도이겠지만, 매일 아침 오늘은 다른 걸 먹어볼까 하는 반복된 기대로 냉장고를 열었다가 어제와 같은 아침 밥상을 차리곤 한다. 점심은 순두부지개에 멸치볶음과 무생채무침을 반찬으로 한끼를 하고, 저녁은 동생이 사온 치아바타를 나누어 먹었다.
청소도 해야 한다. 클리닝 서비스라는 건 없다. 아니 그런 서비스는 존재하지만, 이사를 할 때 빼고는 돈을 주고 청소 서비스를 받아본 적이 없다. 당연히 우리 몫이다. 화장실 샤워커튼을 빨아 물때를 빼고 다시 말리는 것도, 주방 환기팬의 묵은 때를 빼는 것도, 화장실 청소를 하고 두루마리 화장지를 꺼내놓는 것도 모두 전처럼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아, 4일동안 무척 편하게 지냈구나.'
일상은 더 이상 누군가의 서비스로 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움직여 해야 한다. 그만큼의 값어치가 지불되어 누군가의 노동력으로 정리가 되고 깨끗하게 청소가 되고 나니, 평소에 우리가 해왔던 티 나지 않았던 집안일과 정리가 얼마나 큰 일이고 값어치가 있는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대단히 값어치 있는 삶이다.
지루하리만큼 반복되는 일상은 계속되겠지만, 그 안에서도 손톱만큼의 기쁨과 즐거움을 찾아보아요. 스스로를 위로하고 응원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