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미루었던 병원 진료를 다녀왔다. 수십년 넘게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유명세 높은 병원에는 진료실만 7개에 직원만 수십명이었다. 당연히 찾아오는 환자도 많고 대기도 길었다. 6번 진료실 앞에서 10명의 대기 환자를 기다리고 있는데, 간호사가 환자들의 진료 순서를 챙기고 있었다.
"곽춘자님~ 곽춘자님! 이제 곧 진료순서에요. 어디 계세요?"
아무리 불러도 곽춘자 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간호사의 촉이 발동했는지, 내 바로 옆, 하늘색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계신 흰머리 할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할머니,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곽춘자"
드디어 곽춘자 환자를 찾았다. 그렇게 큰 목소리로, 그것도 할머니 등 뒤에서 여러 번 불렀는데도 알아듣지 못하셨다는데 조금 놀랐다. 그 순간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전화 목소리가 잘 안들려. 스피커로 들어야 잘 들린다고."
밖에 걸어다니면서 스피커 폰으로 전화통화를 하시는 엄마가 못마땅해 핀잔섞어 이야기했는데, 다름 아니라 주위의 소음 때문에 잘 안들리셔서 그랬던 거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한다는 것, 말과 뜻을 안다면, 이제는 이해하고 실천해야 할 차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