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길을 걷다가 청과물을 파는 상점 앞에서 높은 데시벨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보니 얇고 높은 목소리는 할머니였고, 굵고 큰 목소리는 젊은 청과물 상점 직원들이었다. 무슨 이야기가 오고가길래 저렇게 골목 안까지 소리가 울리나 싶어 잠시 멈춰 귀를 기울였더니, 다름아닌 계산 문제였다. 할머니는 나같이 늙은 할머니를 줄 서서 기다렸다가 계산하라고 하느냐며 젊은 직원들보고 배려없다고 나무라듯 목소리를 높이고 계셨고, 직원들은 100세 할머니도 다 줄 서서 계산하고 가시니 할머니도 그렇게 하셔야 한다고 지지 않겠다는 굳은 표정으로 할머니와 맞서고 있었다.
할머니와 직원들의 입장을 모두 이해할 것 같았다. 할머니 입장이라고 하면 안그래도 다리가 아파 서 있는 것은 커녕 걷는 것도 힘든 통에 야채나 과일을 사고 바로 돈을 주면 그만이지 않느냐고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겠다 싶다. 직원들 입장이야 할머니는 한 분이지만 그렇게 해주다 보면 물건 관리하고 손님 상대할 사람하고 계산할 사람하고 분리가 되지 않고 돈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으니 애써 만들어 놓은 상점의 시스템이 무너진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 싶다.
양쪽 다 각자의 입장이 있다고 생각되면서도 아무도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소리를 높이고 화를 키우는 모습을 보니 씁쓸해졌다. 긴 명절 연휴를 코 앞에 두고 소리와 표정만 바뀐다면 영락없는 할머니와 손주들 같은 나이로 보아도 손색없는 지간이었다. 쉽게 끼어들 수 없어 발길을 돌려 가던 길을 갔지만 아쉬웠다.
할머니는 윽박보다 부탁을, 직원들은 원칙보다 배려를 할 수는 없었을까?
부탁하고 배려하며 서로를 생각하는 월요일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
지난 주 수요일, <마음의 안부> 북토크는 여러분의 응원과 격려 덕분에 잘 마쳤습니다.
운치있는 한옥에서 '책에 대해서, 은둔과 고립에 대해서, 청년들의 삶에 대해서'
조금 더 들여다보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죄송
심한 편두통으로 지난 주 금요일 레터를 발행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
머나먼 별빛 저 별에서도 노랠 부르는 사랑 살겠지 밤이면 오손도손 그리운 것들 모아서 노랠 지어 부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