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양쪽으로 꽉 들어차 있는 2층 행거에 빽빽하게 걸려있는 옷들 중 버려야 할 것이 많다. 몇 년전, 싸다는 이유로 이화여고 가을 바자회에서 샀던 여름 원피스는 5년이 넘도록 여행지에서 단 한번 입고 그 이후로는 한 번도 꺼내입지 않았다. 밑단의 트임 디테일이 예쁜 청반바지는 언젠가부터 평소에 입기에는 너무 짧다고 느껴서 바닷가에 갔을 때나 수영복 대신해서 입어야지 싶었는데 여름 휴가로 바닷가를 가지 못한 게 벌써 몇 년은 되었으니 서랍장에서 계속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요즘처럼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고 한 낮은 아직 뜨거운 햇살이 남아있어 계절이 바뀌어 가는구나 싶을 때가 되면 옷 정리에 대한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더불어, 버려야 할 때가 왔구나 싶기도 하다.
옷 정리를 시작해볼까 하는 약간의 의지를 가지고 행거 한 칸의 옷을 다 끄집어 내고 정리를 시작했는데, 결국 한 칸밖에 하지 못했다. 그것도 몇 벌은 다시 빨아서 입기로 하고 대부분은 다시 곱게 개어서 올려놓았다. 이제 입지 않을 것 같은 청바지, 얼룩이 묻어 지지 않을 것 같은 기념 후드티와 구김이 많이 가는 가짜 마바지, 싼 맛에 샀던 남색 나일론 와이드 팬츠, 이렇게 바지 3장과 민소매 여름 셔츠 한 장만 입지 않을 옷으로 분류했다. 아무래도 여름 원피스와 청반바지는 이번에도 버리지 못할 것 같다.
더 이상 쓰지도 입지도 않은 물건은 필요한 사람에게 주거나 기증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길고 긴 연휴를 앞두고 간만의 휴식에 설레임이 있으시죠?
<매일안녕> 레터도 9월 28일(목)부터 10월 3일(화)까지 쉬겠습니다. 모두 몸과 마음의 평안이 깃든 쉼과 회복의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가을 느낌이 충만한 10월에 뵙겠습니다.
네가 원하든 말든 널 잡을 거고 내가 더 이상 지쳐 걷지 못할 때 그때가 오면, 그때가 되면 그때 헤어지면 돼 그때 헤어지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