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다니다가 양말을 챙겨신는 일상으로 바뀌었다. 추석 연휴에 개천절까지 지나고 한바탕 세찬 비가 내리고 나니 눈 앞이 가을필터 렌즈로 바뀐 것 같다. 풍경만이 아니라 기온이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느껴지는 바깥 공기와 기운이 며칠새 아주 차갑게 느껴진다. 겨울도 아닌데 오랜 잠을 자고 일어난 느낌도 든다.
요즘 들어 아침 일찍 출근하는 동생에게 엄마가 아침 도시락을 들려주고 계신다. 떡 한 두 조각에 동생이 좋아하는 삶은 옥수수도 작은 한 토막을 잘라 싸주시는데, 경우에 따라서 과일도 조금 곁들일 때도 있다. 동생은 서울에서 서울로 출근하는데도 한 시간이 훌쩍 넘게 걸리는 출근길에 지친 나머지, 조금 덜 붐비는 시간대에 출근하는 것이 덜 피곤하다는 결론을 내려 한 시간 일찍 출근하기로 했다. 아침 도시락은 동생의 결론에 부응하는 엄마의 응원이다. 아침부터 배 곯지 말라는 당부이기도 하다. 아침식사를 거르면 뇌가 깨어나기도, 일하기도 힘들다는 지론을 오래전부터 피력하시기도 했다. 찾아보니 아침식사가 두뇌활동에 도움이 되고 심지어 비만예방에도 좋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윤희가 아침에 출근해서 도시락 열어보고 기분이 좋았겠지?"
오늘 아침 도시락은 엄마가 꽤 신경쓰셨나보다. 알고 보니 오늘 도시락은 2단이었다. 우리는 술떡이라고 부르는데 원래는 증편이라고 부르는 포실포실한 떡 2개와 명절에 들어온 과일을 모아 과일 3종 세트까지 2단으로 만든 꽤 풍성한 아침 도시락이었다. 2025년은 되어야 황금연휴를 맛볼 수 있다고 하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이 있기에 어쩌다 맞이하는 휴일이 더 꿀맛일 것이다.
평범한 오늘을 놓치지 말고 잘 누리며 살아야겠습니다.
나는 조금만 더 올라가면 보일걸 그 말을 굳게 믿은 채 다시 살아간다 나는 조그맣게 꿈 꿔온 세상에다 내 작은 발을 내딛고 다시 살아간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말들에 너무 지쳐 마음의 문을 닫고 나는 사랑이 좋아 나의 말들이 좋아 그래 조금만 더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