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가다 신호에 걸려 횡단보도에 멈춰섰다. 길 저쪽 끝에서 급하게 멈춰 선 아이가 보였다. 아이는 숨을 고르며 건너려던 횡단보도 앞에 급하게 멈췄는데, 신호등의 파란색 신호가 5초가 채 남지 않았을 때였다. 아쉬움이 잔뜩 묻어있는 표정으로 호흡을 가다듬는 아이는 깜빡거리는 파란 신호를 응시하고 있었지만, 발을 딱 붙이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어른들처럼 무리한 욕심을 내려하지 않아 보였다. 아마도 어른들 중 누군가는 몇 초 남지 않은 횡단보도 신호에도 주저없이 뛰어서 넘어가려는 이가 있을 수도 있다. 시간을 아낀다고 하지만 무리한 시도는 늘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그 위험부담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부과된다는 것이 변수다.
아이는 알았을까? 자신의 멈춤이 자신을 안전하게 하는 것은 물론 예상못한 위험부담에서 우리 모두를 지키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때로는 멈춰야 할 때가 있다. 지나치게 자신을 혹사하는 무리한 열심도,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욕심도,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도.
신호를 잘 지키며 삽시다!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 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