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릴 때면 내 표현력의 한계를 느끼곤 한다. 흔한 동네 미술학원조차 가본적이 없고 제대로 미술을 배워본 적이 없으니 그리려고 하는 것이 마음대로 표현되지 않아 답답하기도 하다. 그럴때는 작은 스케치북 대용 수첩을 덮고 눈으로 풍경을 다시 본다. 눈으로 보는 듯 왜곡없이 또렷하게 그렇지만 내 마음과 생각을 담아 종이에 옮길 수 있다면, 그리고 싶은대로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해본다.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없고, 바라는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소망이나 바람이 그쳐지는 것도 아니다. 그 어느 때인지 모르지만 조금 더 능숙하게 그리고, 조금 더 원하는 삶에 가까워지기를 바라며 꾸역꾸역 한걸음씩 내딛을 뿐이다.
두 손바닥을 펼친 만큼의 하얀 캔버스 수첩을 펼쳤다. 조금 그리다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북 뜯어버린 종이가 3장이나 되지만, 그 다음 하얀 페이지를 펼쳐 다시 그리기 시작한다. 재개발로 사라질 운명앞에 놓인 산새마을의 작은 마을 정원과 텃밭을 그린다. 평상과 작은 화단, 조금 어수성하게 피어있는 풀들도 함께 그린다. 좁은 골목길과 오래된 단층 주택, 그 사이 CCTV가 달려있는 전봇대도 그린다. 비율도 제멋대로에 생략한 집과 풀, 꽃도 많다. 더 잘 담고 싶지만 오늘도 한계에 부딛힌다. 그래도 이쯤하면 됐다 생각하며 노트를 덮는다. 계속 그리고 연습하다보면 나아지겠지, 꾸준함이 답이 될 때가 오겠지 생각하며 나를 격려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