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냉장고 옆면에는 온갖 이름표들이 붙여있다. 냉장고에 들어갔던 반찬, 국, 찌개, 각종 장류나 야채 등 음식 재료를 포함해서 다양하다. 2년 전 이사올 때 냉장고를 정리하면서 붙어있던 이름표를 한번 정리했는데, 2년 만에 냉장고 한쪽면의 4분의 1이 가득찼다. 이름표는 ㄱ, ㄴ 순서로 오름차순 정렬되어 있는데 공교롭게 ㄹ과 ㅌ이 하나도 없다. 이름표를 하나씩 훑어보면 지난 2년간 우리 가족들이 먹었던 음식이 기억난다. 자주 먹거나 한번에 많이 해 놓았던 음식들은 이름표도 여러개다. 그리고 특별한 음식인 경우에는 언제 무슨 일로 먹었는지까지 기억나기도 한다. 음식 그 자체보다는 함께 음식을 나눈 사람들, 그 음식을 준비한 이유, 그 날의 분위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 어쨌거나 이름표 덕분이다. 이름표를 붙여놓은 까닭에 그 날이 기억난다.
오늘 하루도 이름표를 붙이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람 불어와 내 맘 흔들면 지나간 세월에 두 눈을 감아본다 나를 스치는 고요한 떨림 그 작은 소리에 난 귀를 기울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