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심혈관 조영술을 앞두고 함께 보건소를 찾았다. 검사를 하다가 시술을 하게 되면 입원을 하게 될 수도 있고 그러면 코로나 PCR 검사가 필수적이니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미리 코로나 검사를 하고 오라는 병원의 지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환자로, 나는 환자의 보호자 자격으로 3번 검사실에서 그 긴 면봉같이 생긴 검사 도구를 코 끝까지 집어넣는 경험을 오랜만에 했다. 3, 4년 안에 3번 정도 경험했지만 할 때마다 익숙치 않다.
엔데믹이라고 한다지만, 끝이 끝이 아닌 모양이다. 우리 모녀 뒤를 이어 온 일행도 병원 입원을 위해 숙제를 해가려고 선별진료소를 찾아왔다. 밖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생활한지 한참이 되었지만, 선별진료소 안에서는 하늘색 방진복과 마스크를 단단히 동여매고 장갑까지 무장한 직원들이 안내와 검사를 하고 있었다. 여전히 코로나에 대응중이었다.
검사 후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걸어보자고 겨울바람을 이기며 걷는데, 깊숙이 골목길을 걷는데 반대편에서 한눈에도 노숙인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걸어오셨다. 더벅머리에 다 해진 옷, 신발은 신었는지 맨발인지 모르게 검은색 비닐봉투로 칭칭 감은 발로 큰 비닐봉지를 들고 공원쪽으로 걸어와 우리 모녀를 지나쳐갔다. 나도 모르게 눈이 따라갔는데 그 분은 추우신지 옷 수거함이 있는 곳으로 가서 수거함 입구를 기웃거리는 눈치였다. '저 분 추워서 어떻게 하지? 어떻게 도움을 드려야 하나?' 머리를 굴리며 걱정을 하다가 경찰에 신고를 해서 도움을 주시기를 요청드렸다. 추워하는 엄마를 모시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배를 채울 먹거리라도 사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고 신경쓰였다. 아무쪼록 따스한 손길이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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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ah 아예 지쳐 있었던 우리 그때 갔던 그곳에 이젠 다른 누군가와 있어 오늘 밤 같이 길 잃었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