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서 겨울로 너무 급하게 넘어온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지난 계절 옷 정리를 할 타이밍을 놓쳤다. 이런 저런 일로 겨를도 없기도 했지만. 그래도 해야 할 일이라 행거와 서랍장을 열어볼 때마다 '언제 정리하지?'를 혼잣말처럼 계속 되뇌이고 있다. 아직 미처 다 꺼내지 못한 겨울 옷 사이에 가을 긴 팔과 실내용 여름 반 팔도 섞여있다. 계절이 섞이고 있다.
창 밖으로 겨울을 보며 집 안에서는 반팔을 입고 있기도 하다. 집을 아주 덥게 하고 있는 편이 아닌데도, 겨울철 바깥에 나가고 나면 손이 바로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는데도 불구하고, 집 안에서는 여름이고 겨울이고 반 소매 옷이 익숙하고 편하다.
이러나 저러나 옷 정리는 해야 하고 더 어수선해지기 전에 하고 넘어가야 할텐데... '이것만 하고 정리되면 해야지, 저것만 끝나고 나면 해야지.' 하며 핑곗거리를 하나, 둘 붙이며 요리조리 잘 피하고 미루고 있다. 그래도 꼭 해야 할 일은 언제든 해야 하고 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더는 미루지 말자! 해보자!
해야 할 것을 마침내 끝내고 말았을 때의 쾌감과 성취감을 기억해보자!'
지난 계절의 옷 정리처럼 묵은 감정과 지난 일에 대한 미련은 과감하게 정리해버리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