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식탁위에 어울리지 않는 큰 화분이 두 개나 자리잡고 있다. 황토색 토분 스타일 화분과 그 보다 작은 흰색 화분. 둘다 같은 꽃을 심었다. 일일초라는 꽃이다. 시월까지는 동네 정육점 앞에 큰 화분 여러개로 잔뜩 심겨져 있었는데, 지난 늦여름쯤 정육점 앞을 지나던 엄마가 사장님께 작은 줄기 두개를 입양받았다. 집에 있는 화분에 옮겨심고 뿌리도 금방 내리고 잘 적응하더니 한참을 피고 지며 예쁜 분홍빛 꽃을 매일 보여주었다. 여름과 가을에 걸쳐 다양한 색깔의 꽃이 매일 한 송이씩 끊임없이 피어 일일초(日日草)라고 한다더니 정말 여름의 끝자락부터 초겨울까지 매일 꽃을 볼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힘들까봐 다용도실로 들여왔다가 다시 더 따뜻한 집 안으로 들여온 일일초는 소월이 동선에 최대한 걸리적거리지 않는 식탁위까지 올라오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식탁위에 오르지 못하는 소월이가 아니지만...)
며칠 전 식탁위에 검은 색의 작은 알갱이 몇 알이 있다고, 이제 뭔지 아느냐고 손바닥위에 검은색 알갱이를 들고온 동생에게 열매 아니냐고 되물었지만 나도 정확히는 몰랐다. 찾아보니 일일초 열매가 맞았다. 가만히 살펴보니 줄기와 잎 겨드랑이 사이에 딱 붙어 있는 콩깍지 모양의 초록의 깍지가 보였다. 털이 보송한 작은 깍지안에 콩처럼 여문 검은색 씨앗 종자가 들어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깍지가 떨어지고 벌어진 사이로 종자가 툭 터져 나오면 잘 주워다가 새 화분에 옮겨 심어봐야겠다. 배양토 위에 올려두고 촉촉하게 물도 주면 싹도 트고 자라 내년 여름이면 예쁜 꽃도 피우겠지. 싹이 올라올 때까지 족히 한달은 걸린다고 하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겠다.
추운 계절이지만 이 겨울, 일일초와 함께 매일의 꽃을 피우며 잘 보내봐야겠습니다.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