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하루 일과를 끝나고 밤 늦게 한편씩 보는 드라마가 생겼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인데, 처음에 드라마 광고를 할 때는 별로 관심도 없고 지나친 판타지 아닌가 싶어 시큰둥했었다.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에 갑자기 빠져들어서는 한편 한편 이어서 보고 있다. 재미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매 회마다 나오는 환자들과 그들이 갖고 있는 스토리가 지금 우리들이 겪고 있는 아픈 모습들인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집중해서 보고 있다. 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망상, 양극성장애 등 다양한 아픔이 나온다. 그들의 증상보다는 왜 그런 아픔을 겪게 되었는지의 스토리를 보다 보면 그동안 사회복지 현장에서 만났던, 그 중에 가족상담센터를 담당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이 기억난다.
우울한 마음도, 통제할 수 없이 가파르게 널뛰는 기분도, 물에 빠져버린 것 같은 숨막히는 심정도 살아가면서 모두 한 번쯤은 경험해볼 수 있는 것들이다. 엊그제 청년들의 마음 건강과 고립,은둔 청년들의 지원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했었다. 말그대로 청년들의 마음 건강을 돌보는 사업과 고립은둔 청년들을 발굴하고 지원했던 사업에 대한 성과 발표회와 나름 없었다. 계획보다 많은 청년들을 지원했다고 좋아하고 흐뭇했다고 성과발표를 하는 담당자의 얼굴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아픔이 이렇게나 다양하고 깊고 그런 아픔을 겪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이제라도 인지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측면은 좋을 수 있겠으나 여전히 정책과 제도라는 그물망에 걸리지 않는 수많은 청년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우리가 이만큼 열심히, 많이 도왔다고 자화자찬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어떤 이는 토론을 하며 '상태가 좋은', '정상적인' 이라는 표현을 쓰길래 깜짝 놀랐다. 누군가는 청년들을 상대로 상태가 좋고 안좋고, 정상이고 비정상이고를 가르며 이런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고 있는 것인가? 그 정도의 감수성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어서 아찔하기도 하고, 갈 길이 멀구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청년들의 삶에 관심을 두고 그들 옆에 함께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에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아본다.
당신 곁에는 누가 있고, 당신은 누구 곁을 채우고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