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얼마나 많은 편견에 둘러싸여 있는지 모른다. 외모나 겉모습을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마땅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쉽게 편견에 빠지기도 한다. 우락부락해 보이는 겉모습과 무뚝뚝하고 거칠어보이는 외모의 사람이 뜨개질과 같이 조용한 취미를 갖는다는 것을 보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기기도 한다. 언젠가 한번은 유튜브에서 허름한 옷차림의 한 노숙인이 길거리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누구나 예상하지 않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노숙인과 피아노의 조합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울렸고 아름다웠다. 젊은 시절 피아노를 전공했다던 이 사람은 어쩌다 보니 노숙을 하며 길 위의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잊어버렸을 줄 알았던 피아노 연주가 손 끝에서 나오는 순간 스스로도 그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장애인 공동체 사랑부에서 교사로 봉사를 하면서 나 스스로도 많은 편견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편견이 깨지는 순간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과 동시에 감동을 느끼곤한다. 중증 장애를 가진 석진이(가명)는 혼자서 몸을 가누기도 어려울 때가 많아 남자 선생님 몇명이 활동 보조를 돕고 있다. 그 날도 석진이는 혼자 힘으로 앉지도 못해 예배실 바닥에 불편한 자세로 흐느적거리고 선생님들의 부축을 받고 있었는데, 한 여학생이 찾아와 석진이와 같은 눈높이로 엎드리며 눈맞춤을 해주는 것을 보았다.
"오빠, 괜찮아?"
석진이가 몸부림을 치다가 신발 신는 입구로 나가지 못하도록 그 길목을 자기 몸으로 막아서며, 힘이 되어 주려는 듯 계속 눈을 맞추고 엎드려 있는 학생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사람은 본래 그런 존재인 것 같다. 누구든 도움을 주고 힘이 되고 싶어하는, 그리고 힘이 들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그러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격려가 되는 그런 존재여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