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한테 실망했어?
동네 작은 카페에서 작업을 하는데, 옆 테이블에서 들려온 대화다. 분홍색 두꺼운 점퍼를 입고 예쁜 머리핀을 꽂은, 초등학생 1, 2학년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마주 앉은 엄마에게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이다. 아이스 레몬에이드를 쪽쪽 소리가 나도록 빨아대면서 아직은 자기보다 키높이가 높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휘젓어 동당거리며 툭 던지는 말이 '실망'이다. 저 작은 아이가 실망이 뭔지 알까 싶었는데, 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마는 "응"이라고 대답했다. 도대체 저 작은 아이에게 실망할 것이 무엇일까 싶어 모녀의 테이블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더니, 다름아닌 문제집의 문제 몇개 틀린 것 때문이었다.
실망이라는 것은 원하는 것에 비해 결과가 나쁘거나 생각대로 되지 않아 감정이 상했다는 것이고, 희망을 잃었다는 뜻도 있다. 아이는 배운 것을 문제풀이에 적용해서 정답을 맞추지 못했다고 엄마가 자신을 실망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엄마는 그것을 그렇다고 맞장구치는 것을 보니 '고작 말 표현 하나 뿐인데...' 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살다보면 문제집의 문제 그까이껏 이라고 생각될 것이 천지인데 말이다. 아이가 실망보다는 기대, 희망, 만족, 성취, 기쁨을 먼저 익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님, 실망을 기대로 바꾸어가는 오늘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