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어느 날, 고립과 은둔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은둔의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되어 서로에게 묻고 대답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뷰 말미에 인터뷰어 Y는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인생의 절반이상을 온라인에서 보낸 인터넷 망령. 나이같은 건 먹지 않습니다. 과거부터 이어져온 히키코모리로서 자신의 일상에는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고있습니다. 온라인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얘기나누며 지내온 덕에 은둔 생활 중인 친구들 사이에서 발이 넓다는 이유로 졸지에 인터뷰어로 일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당신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는 없겠지만 공감과 이해가 필요할 때만큼은 자신있게 보듬어 줄 수 있을거라나요."
그리고 이런 맺음말로 나를 초대했습니다.
"저를 대신해 인터뷰어에 지원하고 싶으신 분들 어서 지원해주세요. 늘 놀면서 지내고 싶은 히키코모리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고립은둔 청년들과의 인터뷰는 1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핵심적이고 공들여 추려진 내용이 '마음의 안부'에 담겨있습니다. 물론, 시대의 외로움, 고립과 은둔, 단절에 나는 늘 맞닿아 있었습니다. 나 스스로도 그랬고, 내가 사회복지사로서 만나는 사람들도 그랬습니다. 십대 청소년부터 적어도 우리 가족의 출애굽이라 불렀던 스무살의 어느 날로부터 20년간, 우리의 어려움은 나랏님조차도 해결해주지 못했습니다. 하늘의 아버지께 우리를 구원해달라고 지켜달라고 보호해달라고 기도하는 것 말고는 매달릴 곳이 없었습니다. 그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우리 가족은 철저히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Y처럼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지언정 공감과 이해가 필요할 때 보듬어주는 사람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담아, 나는 사회복지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장애, 경제적인 어려움, 심리정서적 어려움 등 갖가지 삶의 역경을 가진 이들을 만나 그들의 외로움, 고립, 은둔, 단절된 삶을 함께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어 Y의 초청 메시지가 마치 나에게 보내진 것처럼 받아들인 후, 나는 인터뷰를 통해 청년들의 고된 삶을 증언하는 이가 되었고, 이들을 위한 보이지 않는 따스한 이웃들을 만들고 서로에게 주고 받는 정다운 아침 인사를 보내겠다고 마음먹고 2023년 1월부터 '매일안녕'을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하루가 쌓여 벌써 215회차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어느 구독자의 편지함에는 아직 뜯지 않은 '매일안녕'이 많이 쌓여있을지도 모르지만, 어느 날인가 불쑥 손을 넣어 북 소리나게 봉투를 찢고 아침의 안부인사인 '매일안녕'을 열어보게 되더라도 '아, 좋다.', '모두에게 살만한 오늘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며 하루를 열어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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