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했는데, 거실과 화장실 앞 바닥에 퍼즐매트를 까느라 조금 무리해서인지 몸이 찌뿌둥하고 허리가 뻐근했다. 허리를 펴겠다고 아침에 늑장을 부렸건만 소월이가 침대 발 밑에서 야옹야옹 모닝콜을 해대니 늦잠 자고 게으름 피우는 호사를 더 이상 누릴 수가 없었다. 컨디션이 안좋아 보이면 나보다 더 신경쓰고 예민해지는 엄마의 눈치를 살피다가 새벽배송으로 도착한 낫또를 정리하는데 유통기한이 길지 않은 것을 보고 한 팩을 뜯어 김과 함께 늦은 아침식사를 했다.
넓은 집도 아니지만 아침 청소는 꽤 오래 걸린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소파나 침대 밑, 문틈이나 창틀, 구석진 모서리도 꼼꼼히 먼지를 제거하고 계속 늘어나는 소월이 물건, 화장실과 캣타워, 캣폴, 식기류까지 닦고 소독하고 정리하다보면 한 시간은 훌쩍 지난다. 겨울이 되어 매일 아침 가습기 청소까지 해야 하니 아침 청소는 하루 일과 중 대단히 큰 루틴이고 중요한 일이 되었다. 12월이 되어 꽤 공기가 차가워졌지만, 집안의 창문을 다 열어제끼고 밤사이 정체되어 있던 집안 공기를 신선하게 바꾸어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아침에 해야 할 일들을 마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전원 버튼을 켜고 부팅이 되도록 기다리는데, 나른하고 찌뿌둥한 것이 남아 있다. 아차 싶었다. 커피!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카페인 덕을 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기포트에 물을 올리고 얼마 전 동네 로스팅 카페에서 구입한 드립커피를 꺼내었다. 브라질 산타 이네스. 부드러운 향과 고소한 맛이 괜찮았다.
동남향의 거실 창으로 햇빛이 가득 차게 들어온다. 쳇 베이커의 재즈를 들으며 커피 한잔을 즐긴다. 올해를 어떻게 정리할지, 내년은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이 많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평화롭다.
잠깐이라도 님에게 주어진 평화의 시간을 있는 그대로 누려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