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구글이 저장된 사진을 콜라주로 추억을 선물해주었다. 제목은 달빛이었다. 예쁜 달 사진을 모아놓으니 곳곳에서 달과 함께 새겨진 추억들이 기억났다. 동네 어느 집 지붕 위로 일찌감치 떠오른 이른 달, 가을 낙엽과 함께 찍힌 달,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겠다고 떠난 제주여행길에서 만난 서귀포 새연교 다리와 함께 찍힌 달, 새로 이사 온 동네 버스 종점을 지나치며 꽉 들어찬 버스들 위로 뿌옇게 떠오른 달, 이른 여명의 기막힌 하늘과 지평선 사이에 희미하게 찍힌 달까지.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기록하는 것처럼 내 마음 속에 늘 담고 싶은 장면과 사람들, 벅차올랐던 감정들이 있다. 내가 왕따였던 반 친구에게 손 내밀었을 때 교정기를 드러낸 채 활짝 웃어주었던 그 날, 게임중독에 공부는 안중에도 없던 까불이 중학생을 특전사가 되어 만나 모두 선생님 덕분이라며 나를 찾아온 날, 미워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르는 날의 알 수 없던 복잡한 감정들까지 모두 잊을 수 없다.
어찌 이뿐이겠는가? 나와 엄마, 그리고 우리 가족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나의 첫 번째 책 '엄마, 우리 살길 잘했다'가 나오던 날, 지나치듯 엄마가 만들어준 카레 먹고 싶다는 말을 잊지 않고 하루 반나절을 꼬박 주방에 서서 엄마표 단호박 카레를 만들어주셨던 날, 내가 사는 지역을 조금 더 알아가고 싶어 그림으로 기록하는 아카이빙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고 몇 십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것 같아 보이는 오래된 골목길과 구옥틈 사이 산새마을 텃밭을 탐방하고 그림으로 옮겨 그리게 되었을 때도 그렇다.
행여나 지나간 길이 질거나 험한 길이었더라도 힘들었다는 기억만으로 남지 않길 바라며, 지난 시간을 되새겨본다.
오늘도 오래오래 기억하고픈 하루로 만들어가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