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다보니 길에 사는 길냥이들이 전보다 더 눈에 밟힌다. 특히 추운 겨울이 되니 두툼한 코트를 여러겹 껴입어도 추운 긴 겨울을 어떻게 견뎌낼까 걱정이 된다. 우리 소월이 생각하며 길 가 골목에서 마주치는 길냥이들에게 뭐라도 줄까 싶어 간식 츄르 몇개를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다닌다.
관악산 정상에서 사는 산냥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러 매일 산을 올라가는 밥엄마가 있다. 처음에는 날 좋고 따뜻한 날, 산 정상 바위를 뒹굴뒹굴하는 고양이가 마치 신선노름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에 끌려 들어가 보게 된 밥엄마의 SNS계정을 구독하면서 날씨가 어떻든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산을 오르는 밥엄마의 성실함이 어찌나 고마운지 아무 관계도 없는 내게 한 것처럼 고마워진다.
12월이 되고 추위가 한참인데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간식을 그냥 들고 다니기만 하기를 며칠이었다. 너무 추워서인지 길냥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위험한지도 모르는 길냥이들이 겨울이면 자동차 엔진룸안에 들어가 있다고들 하는데 이 구역 자동차가 길냥이가 쉬는 숨숨집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어린왕자에서 중절모 그림을 보고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고 볼 수 있는 것처럼 , 내게도 그렇게 보인다.
교회를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디 먼저 집을 나선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여기, 나비들 만났는데 배고프대. 내가 배고프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야옹해. 야옹야옹 들리지? 밥 좀 줘야겠어.”
다시 집으로 들어가 플라스틱 밥그릇을 챙겨 나왔다. 길냥이 몇 마리가 골목 어귀의 한 집 대문앞에 모여 야옹거리고 있었다. 예전이 이 동네 밥 엄마가 살던 집이었다. 가방에 넣고다닌 츄르 몇개를 꺼내 냥이들을 먹였다. 그 중에서도 덩치가 큰 아이들에게 밀린 작은 아이들은 밥을 못먹고 저만치 밀려나 있길래 큰 아이들을 가로막고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밥자리를 지켜주며 짧은 아침밥을 차려주었다.
길위의 모든 생명들의 오늘안녕을 묻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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