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팔십다섰 마주막 인생을 살면서도 조훈일 한버도 못 해보고...(중략)...
이재는 내 아이들 부자는 아니라도 배 안곱푸개 밥 먹고 뜨신 방에 잠 자고 할 수 있스니 나도 이재 인생길 마주막에 조훈일 한번 하는개 원이라."
여든 다섯의 어르신이 꼭꼭 눌러쓴 손편지가 경북 안동의 작은 동네 옥동행정복지센터에 전달이 되었다는 뉴스를 읽었다. 서툰 맞춤법이지만 어르신의 정성스러운 편지에는 배 곪지 않고 별일없이 사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감사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조훈일'로 갚고자 하는 큰 마음이 담겨 있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삼시세끼 밥 먹고 따뜻한 방에 누울 수 있다고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할 이가 있으며, 또 누가 그런 평범한 일상의 고마움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이가 있을까 싶다.
게다가 어르신은 지난 1년동안 쓰레기장에서 빈 병을 주워다 판 15만원과 자식들에게 받은 용돈을 아껴서 보탠 15만원을 모아 30만원을 만들어 기부하셨다. 15만원이라는 돈은 소주병으로는 1500병, 맥주병으로는 1153병은 주어야 모이는 큰 돈이다. 유리공병은 무겁기도 해서 몇 병만 들어도 무게가 꽤 됐을텐데 말이다.
여든 다섯의 어르신의 손편지를 읽으며 또다른 어르신이 생각났다. 지난 여름 집중 호우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을 위해 써달라고 현금 3만원을 봉투에 넣어 '수해금'이라고 적어 익명으로 기탁한 70대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이었다. 어르신이 직원에게 전한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모든 것을 잃게 된 사람들을 보니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위로와 평안의 마음을 전하는 오늘, 오늘도 안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