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추워야 하는 거라는 이야기를 엄마를 통해 여러 번 들어왔지만, 올 겨울은 유독 춥게 느껴진다. 며칠 전 아흔의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듣고 조문을 하기위해 장례식장을 찾았다. 추위만큼이나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부고소식에 빈소가 차려지기를 기다려 찾아갔는데, 같이 동행한 일행이 추워진 날씨를 보며 하는 말이 있었다.
"울 아부지가 그러는데, 겨울은 추워야 된대요.
그래야 벌레가 싹 죽고 여름에 고생을 안한다고."
엄마가 똑같이 이야기하셨었다. 게다가 엄마는 겨울에는 눈이 좀 와야 하는 거라고 하셨다. 겨울에 눈이 와야 농사가 잘 된다고. 십대까지 저 멀리 전라도 영광에서 자라오셨지만 실제로 농사일을 많이 해본 적이 없으셨던 엄마였지만, 그래도 밭과 논, 바다가 있는 천혜의 자연속에서 자라오셔서 그런지 날씨와 계절의 변화가 그저 춥고 덥고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하셨다. 어릴 적 나의 얄팍한 생각으로는 더운 여름에는 좀 더 시원하면 좋겠고, 추운 겨울에는 좀 더 따뜻하면 좋은 것 아닌가 했는데, 나이 들어가면서는 사람과 동물이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데는 때로는 더위도 추위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근래의 날씨는 너무 춥다. 귀가 떨어져나갈 것 같은 매서운 겨울 바람에 눈사람처럼 싸매고 나가도 차가운 공기가 어딘가 틈새로 파고들어온다. 나는 오늘도 길을 걸으며 동네에 돌아다니던 통통한 치즈, 아깽이 삼색이, 입맛 까다로운 턱시도 형제냥이들이 보이는지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데 도무지 보이지 않아 주머니 속 츄르만 만지작거리고 말았다. 겨울은 추워야 한다지만, 길 위의 어느 곳에선가 긴 겨울을 보내야 할 아이들에게 추위를 피하고 위험을 피할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잘 먹고 속털을 살뜰하게 찌워 꼭 이 겨울을 잘 살아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