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번호로 걸려온 전화에 왠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보이스 피싱? 엄마가?' 하면서도 우리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엄마? 엄마 어디 계세요? 엄마! 나야 나! 엄마, 선희도 여기있어요. 괜찮아? 우리는 아무 일 없어. 괜찮아요."
"납치됐다고, 어떻게 해버린다고... 그러잖아. 말도 못하게... 그러고..."
엄마의 떨리는 목소리가 좀처럼 진정이 안되자, 대구 출장을 준비하던 여동생도 함께 엄마를 모시러 매일 아침 운동하러 가시는 센터앞으로 갔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이게 무슨 일인가 얼떨떨한 얼굴로 엄마를 마중갔더니, 엄마는 일찍부터 버스정류장 근처까지 내려와 불안한듯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길가에서 서성거리고 계셨다. 엄마를 훌쩍 지나쳐버린 버스에서 내려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뒤 돌아보세요. 우리 왔어. 여기 여기!" 엄마는 악몽을 꾼 것처럼 불안한 얼굴이었다. 금방 울어버릴 것 같은 어린아이 얼굴이었다. 화가 나고 속이 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