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안녕] 우리 모두의 안녕을 묻습니다
동생 집 근처 골목을 지나갈 때마다 자주 마주치던 할아버지가 계셨다.
길고 덥수룩해서 목을 다 덮는 흰 수염이 영락없이 산타같고, 빛바랜 한복 바지와 오래된 운동화와 낡은 외투 차림으로 엉덩이를 얹어 놓으면 의자 머리가 보이지도 않는 작은 접이식 의자에 걸터앉아 계신곤 했다. 좁은 골목 사이 따가운 햇볕을 쬐며.
또다른 날, 같은 골목에서 할아버지를 뵈었다. 겨울과 봄이 서로 실갱이하던 날이었다. 그 날은 해가 아주 맑지도, 날이 아주 따뜻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런 날씨의 골목길을 서성이다가 의자에 앉았다를 반복하셨다.
할아버지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시듯 이야기를 하셨는데 알고보니 혼잣말이었다. 반응도 없고 대꾸도 없는데, 들어줄 이 하나 없는 좁은 골목길에서 누구를 벗삼아 그렇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계신지......
그늘지면 그늘진대로, 봄볕이 골목 깊숙하게 들어서면 따스한 기운 그대로 맞으며, 아무도 듣지 않지만 할 이야기 많은 할아버지의 독백은 계속되었다.
오늘도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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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눈물도 흘렸지 이제는 혼자라고 느낄때
보고싶은 마음 한이 없지만 찢어진 사진한장 남지 않았네
<김성호 -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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