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를 때 자주 느끼는 것이 있다.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더 긴장이 되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오를 때 이를 악물며 힘들었던 계단이 내려올 때는 무척 고마운 장치가 된다는 점이다. 오를 때는 계단이 많을수록 허벅지에 느껴지는 뻐근함이 가중되는데 내려올 때는 산비탈길을 내려오기보다 계단으로 내려오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미끄럼방지용 야자매트가 없는 비탈길에서는 더욱 그렇다. 종종 거리며 흙길을 내려오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미끄럼에 대한 걱정도 그렇고, 몸의 균형을 유지한채로 온 몸을 긴장하며 내려오다보면 시간은 좀 더 걸리더라도 균형 잡기를 도와주는 계단에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
인생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다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어디든 목표를 항해 올라가려고 할 때는 언제쯤 끝이 날까 생각하며 한발 한발 힘겹게 오르던 수 많은 계단이, 인생의 정점 또는 반환점을 찍고 내려올 때면 힘들게 오르던 계단이 잠깐씩 숨을 고를 수 있는 쉼표가 되고 '나'를 균형있게 세워주는 받침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지금 어느쯤의 계단위에 서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