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는 거의 매년 잼을 만든다. 포도, 딸기, 귤이 잼의 재료이다. 3년 전, 코로나가 시작될 무렵의 봄에도 집에서 딸기잼을 만들었다. 가급적 집 밖을 나가지 말고 사람들도 만나지 말라는 나랏님의 불호령이 떨어졌을 그때, 모두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상을 두려워했고 우리도 조심했었다. 회사를 나가는 일 외에는 주로 집에서 머물고 동네 산책만 하며 활동반경을 줄여나갔다. 좁아진 활동반경으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집에 있는 큰 테이블을 여러 용도로 활용했다. 밥 먹을 때는 식탁으로, 공부하거나 일할 때는 책상으로, 차를 마실 때는 다과상으로. 우리집 작은 거실은 식당이고 공부방이고 카페였다.
홈카페를 차린 김에 만들었던 것이 딸기잼이었다. 봄이 한창이던 4월의 어느 날, 가격이 착해진 늦봄의 딸기를 잔뜩 사서 적당히 설탕을 넣고 졸여 만든 딸기잼은 맛이 참 좋았다.
이번에는 봄이 아직 오지 않은 겨울에 일찌감치 딸기잼을 만들었다.
하우스 농사가 잘 되는 딸기는 철이 아니어도 맛이 좋았다. 물론 가격도 비쌌다. 철이 아직 오지 않은 딸기를 비싸게 사는 엄마를 보며 괜한 돈을 쓴다, 왜 그렇게 비싸게 사시느냐고 핀잔을 하기도 했었다. 게다가 그냥 먹기에도 실하고 아까운 딸기를 으깨서 딸기잼을 한다고 하니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희 자랄 때는 항상 아낀다고 끝물의 딸기, 알고 작고 맛도 떨어진 딸기를 싸게 사다가 설탕 잔뜩 넣어서 반은 설탕 맛으로 먹였지.
그래서 내가 살면서 한 번은 아주 좋은 딸기로 잼을 만들어보고 싶었어.
좋은 재료로 만들면 당연히 맛도 더 좋겠지 하면서..."
생각이 부족한 딸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바보.
우리 집에서는 올 1월, 과일 가게 가판대에 놓여있는 딸기가 먹음직스러워 보여도 가격표 팻말을 보고 아직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때 아낌없이 몇 박스 사들여 그야말로 최고급 딸기잼을 만들었다. 깊은 곰솥으로 3분의 2는 되었던 딸기가 절반도 안 되게 줄었고 맛있는 딸기맛이 그대로 농축되어 최고급 딸기잼이 완성되었다. 그중 절반 정도는 이쁜 유리병에 나누어 담고 여기저기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했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아껴가며 먹었다.
엄마의 딸기잼은 늘 맛있었지만, 올 겨울 딸기잼은 유독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