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기에 집안일 중 까다롭기가 상위 2위는 될 법한 일은 다림질이다. 다림질을 해본 사람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엊그제 남동생의 생일을 맞아 엄마가 선물로 주문하신 셔츠 3종 세트가 도착했는데, 엄마는 새 옷은 그냥 입지 않고 세탁해서 입어야 한다는 주의라 이번에도 어김없이 중성세제로 손빨래를 해서 말리셨다. 그런데 어깨뽕을 만들지 않으려고 반을 접어 걸어서 말렸더니 접어놓은 절반이 자국으로 진하게 남아있어 다림질을 안할 수 없었다. 오랜만에 실력행사를 해볼까 싶어 스팀다리미를 준비하고 물을 채워넣고 다림질을 하는데, '아뿔싸!' 옷 속에 붙어있는 예비 단추를 제끼지 않고 무턱대고 다리느라 단추 모양이 그대로 동그랗게 겉에 새겨져 버렸다.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이 동네에는 곳곳에 오래된 상점이 있다. 특히 골목을 다니다보면 오래된 세탁소를 만나기 쉽다. 이름도 '새마을세탁소', '콤퓨타세탁소'다. 새마을세탁소는 새마을운동이 있을 70년대부터 대를 이어 운영해오셨을지도 모른다. 콤퓨타세탁소도 90년대 386컴퓨터가 한참 유행할 때 컴퓨터처럼 정확하고 빠르게 세탁물을 처리한다는 의미로 붙였을 것이다.
동생집에 가면 동생의 와이셔츠를 다려주는 일이 식구들 중 나 아니면 엄마의 담당이었는데, 어느 날인가는 엄마가 힘들다며 앞으로는 세탁소에 맡겨야겠다고 하시더니 곧바로 실행에 옮기셔서 동생집 근처에 있는 '평화세탁'에 맡겨놓으셨다. 일주일 지나니 세탁과 다림질 비용이 적잖이 부담되어 나는 조금 더 멀리 있는 모 세탁서비스 기업의 한 지점에 맡겨놓고 가져다주는 배달 서비스를 자청하고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역시나 사람이 직접 다림질까지 하는 동네 세탁소에 비하면 세탁 자동화시스템의 실력은 한 수 아래임에 틀림없다. 콤퓨타만큼, 아니 콤퓨타보다 더 꼼꼼한 다림질 고수의 실력은 확실히 그만큼의 값어치를 한다.